전기차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 새로운 자원의 시대를 연다.
지금 전 세계는 ‘리튬 전쟁’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확보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리튬은 ‘하얀 석유(White Oil)’라고 불릴 만큼
전기차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자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지금 우리가 버리고 있는 폐배터리 속에는 막대한 양의 리튬이 남아 있다.
이제는 리튬을 채굴하는 시대에서,
리튬을 회수하고 순환시키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경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1. 왜 리튬이 중요한가?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양극재와 전해질에 모두 사용되는 필수 원소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안정성 등
핵심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리튬 수요의 약 **74%**가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되고 있으며,
2035년에는 90% 이상이 배터리 산업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문제는 공급이다.
리튬은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과
호주 일부 지역에서만 대규모로 채굴이 가능하다.
그마저도 채굴에는 막대한 물 사용과 환경 오염이 따른다.
따라서 **“새로운 리튬은 더 이상 지하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이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이
지속 가능한 산업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2. 폐배터리 속의 숨은 자원
전기차 배터리 하나에는 약 8~10kg의 리튬이 포함되어 있다.
배터리 수명이 다한 차량이 늘어나면서,
2025년 이후 매년 수백만 대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단순 계산만 해도,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60만 톤 이상의 리튬 금속이
폐배터리에서 회수될 잠재력을 가진다.
이는 현재 연간 신규 채굴량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즉, 버려지는 배터리만 제대로 회수하더라도
새로운 리튬 광산을 여는 것과 맞먹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3. 리튬 회수 기술의 발전 단계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지만,
최근 몇 년간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1) 기계적 전처리
배터리를 분해하고 분쇄하여 ‘블랙 파우더(Black Mass)’를 만든다.
이 블랙 파우더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섞여 있다.
(2) 습식제련(Hydrometallurgy)
산이나 염기 용액을 이용해 금속을 녹여내는 방법이다.
리튬은 다른 금속과 분리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선택적 용출(selective leaching) 기술이 발전하면서
리튬 회수율이 95% 이상으로 향상됐다.
(3) 직접 리튬 추출(Direct Lithium Extraction, DLE)
이 기술은 기존 제련 공정을 대체할 차세대 회수 방식이다.
흡착제·이온교환막 등을 이용해 리튬 이온만 선택적으로 회수한다.
이 방식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면서
기존보다 3배 빠른 회수 속도를 자랑한다.
(4) 전기화학적 회수
전기분해 원리를 이용해
리튬 이온을 전극 표면에서 직접 회수하는 기술로,
전력 소비가 적고 부산물이 거의 없다.
테슬라와 리라이언스(Li-Cycle) 등이 이 기술을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리고 있다.
4. 리튬 회수의 경제성과 환경 효과
리튬 회수는 단순한 ‘폐기물 처리’가 아니다.
명백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광산 개발 행위에 가깝다.
- 경제성: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회수할 경우
톤당 원가가 3,000~4,000달러 수준으로,
신규 광산 채굴(8,000~10,000달러/톤)보다 훨씬 저렴하다. - 환경성:
기존 리튬 염호 채굴은
1톤의 리튬을 얻기 위해 200만 리터의 물을 증발시켜야 한다.
반면, 회수 기술은 물 사용량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판매되는 모든 배터리에 대해
리튬 12% 이상을 재활용 원료로 의무 사용하도록 규제할 예정이다.
5. 글로벌 기업들의 리튬 회수 경쟁
(1) 미국 — 테슬라와 리라이언스(Li-Cycle)
테슬라는 네바다 기가팩토리에서
배터리 재활용 및 리튬 회수 설비를 직접 운영 중이다.
그들은 “미래의 리튬은 광산이 아니라 공장에서 나온다”고 선언했다.
Li-Cycle은 습식제련 기반 리튬 회수율을 95%까지 끌어올리며
북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2) 중국 — CATL과 GEM
중국은 이미 리튬 자급률 60% 이상을 재활용으로 달성했다.
CATL은 ‘E-Lab Project’를 통해
전국 단위 폐배터리 회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GEM은 매년 10만 톤의 블랙 파우더를 처리하며
리튬 회수율 98%를 기록하고 있다.
(3) 유럽 — 노스볼트(Northvolt)와 ACC
노스볼트는 ‘Revolt Ett’라는 재활용 공장을 통해
2027년까지 배터리 원료의 50%를 폐배터리에서 조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프랑스의 ACC 역시 DLE 기술을 실증하며
리튬 생산의 자립화를 추진 중이다.
(4) 한국 — LG에너지솔루션, 성일하이텍, 포스코퓨처엠
한국은 리튬 회수 기술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 성일하이텍은 습식제련 기반 리튬 회수율 97% 달성.
- 포스코퓨처엠은 포항에 연 2만 톤 규모 리튬 회수 공장을 운영 중.
-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 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리튬 리파이닝(Lithium Refining)’ 시스템을 실증하고 있다.
6. 리튬 회수 산업의 잠재 시장 규모
SNE리서치와 블룸버그NEF 분석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리튬 회수 시장은 약 4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현재 신규 광산 채굴 산업의 2배에 달한다.
특히, 리튬 회수 원료의 안정적 공급은
배터리 원가 절감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리튬 가격이 배터리 제조 단가의 2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폐배터리 리튬 회수는
단순히 친환경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배터리 제조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7. 남은 과제 — 순도와 품질의 벽
리튬 회수 기술의 가장 큰 난제는 순도(Purity) 확보다.
배터리용 리튬은 99.5% 이상의 고순도를 요구하지만,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은
니켈·코발트 등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단 정제(Multi-stage Purification) 공정이 도입되고 있다.
또한, AI 기반 공정 제어 시스템을 통해
온도·pH·전류밀도 등을 실시간 조절하여
고순도 리튬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8. 순환경제로의 전환 — ‘리튬의 두 번째 생명’
리튬 회수는 단순한 재활용 산업이 아니라,
‘순환형 자원 생태계’의 출발점이다.
새로운 리튬을 땅속에서 캐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제품 속에서 다시 찾아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탄소중립 실현에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
IEA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을 재활용할 경우
배터리 1MWh당 탄소 배출량을 최대 70% 감소시킬 수 있다.
9. 미래 전망 — ‘리튬 도시 광산(Urban Mining)’의 시대
앞으로는 전기차 폐배터리와 전자제품 폐기물이
‘도시 속 리튬 광산’으로 변모할 것이다.
도시마다 폐배터리 회수 시설이 구축되고,
AI와 로봇이 자원을 선별하며,
디지털 트래킹으로 리튬의 이동 경로가 실시간 관리된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리튬은 더 이상 희귀 자원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순환 자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10. 결론 — 리튬의 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재탄생할 뿐이다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회수한 리튬은
‘채굴의 시대’를 넘어 ‘순환의 시대’를 여는 상징이다.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리튬을 캐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회수하고 재정제하느냐로 바뀐다.
한국, 유럽, 미국, 중국 모두
이 리튬 순환 기술에서 국가 경쟁력을 겨루고 있다.
전기차가 지구의 미래를 바꿨다면,
폐배터리에서 다시 태어나는 리튬은
그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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